안녕하세요. 썸머에요. 전국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몸과 마음이 찌뿌둥해지기 쉬운 날입니다. 따뜻한 차와 커피를 내려 마시며 차분함을 만끽하거나 이리저리 몸을 털고 움직이며 가볍게 기분 전환하길 바래요. 저는 강정의 사랑스러운 마을 카페 공간()에서 비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소식을 전해요.
지난 편지를 통해 이번 편지가 강정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 말씀드렸지요. 마무리를 해가고 있을 즈음, 급작스러운 거취 변화가 생겼었어요. 편지를 보낸 이후, 몇 일 안되서 서울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일이기도 했고, 서울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의 연장으로 슬쩍 지원을 했는데.. 이리도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던 거에요..ㅎㅎ 불안을 잘 견디지 못하고 늘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가득한 저의 기질이 큰 몫을 한 거 같습니다.
'이리도 여유로운 삶을 지내다, 바로 직장인 모드 전환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주말 내내 고민했었어요. 아직 강정에서의 삶을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당황스럽고 얼떨떨한 마음도 한 켠 가득했고요.
그러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출근을 시작했고요. 요 며칠 사이 휘몰아치는 인수인계와 업무 사이에서 자꾸만 터져나올 것 같은 어지럽고 복잡한 마음을 꾹꾹 눌러내었어요.
눈 깜짝할 새 시간은 갔고, 편지를 보내야 하는 날짜 맞춰 발송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인만큼, 3개월의 시간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은 욕심에 더더욱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좀 더 저에겐 시간이 필요해요. 여러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의 마지막 편지는 잠깐 멈춰놓을게요. 이리 저리 얽힌 생각과 소감, 질문을 차근 차근 나누고 싶어요. 제 편지를 기다려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렇게 용기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정말. 너무 늦지 않게 금방 다시 돌아오도록 할게요.
추신. 저는 어젯 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제주를 왔어요. 오늘 저녁이 공식적인 마무리 파티를 하는 날입니다.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과 잘 인사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든든한 에너지 얻고 다시 잘 지내볼게요.
그럼 곧 만나요. :)
_썸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