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썸머에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바람 결 따라 우아하게 흩날리는 강정에서 보내는 첫 편지입니다.
이곳에 온 지 딱 2주가 되네요. 실은 하루 하루를 꽉꽉 채워 밀도 있게 보내고 있다보니 체감 상 과장 조금 보태 거의 한 달은 지난 듯 합니다.
서울에서 꿈꾼 이 곳에서의 낭만은 여유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었어요. 어쩌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러니까 몇 시까지 업무를 끝내야 하고, 몇 분까지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매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그리 되어가는 듯 하지만, 아직은 낯선 공간, 사람들, 일정에 적응하고 있는 시기라 서울에 있을 때 보다 더 핸드폰을 못 보고 있더라고요. 역설적으로 약간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강정에 모인 8명의 친구들과 일주일을 돌아보는 체크아웃(check-out)의 시간을 가지는데요. 친구들도 저와 비슷하게 느낀 것 같았어요. 이번 한 주 우리 정-말 알차게 보냈다는 그 공감대가 이리도 큰 위안을 줄 줄이야. 그럼에도 '기분 좋은 바쁨'이라 안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문득 편지 보내야한다는 일념으로, 빛나는 순간들이나 이야기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차곡차곡 모았어요. 모든 것들을 지면에 다 실을 수 없기에 한 주가 지나도 제 마음 깊이 남아 있는 물음표와 느낌표 중심으로 천천히 나눠보려고요.
첫 편지라 서론이 길었어요. 떨리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한 조각씩 꺼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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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곁이 되어주는 곳에서
익숙한 집을 떠나 아무 연고 없는 낯선 제주 땅에 머무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단연 섬띵피스(구 피스파인더) 덕분입니다.
2020년, 자리라는 활동가가 우연한 기회로 강정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많은 이들에게서 배움을 얻으며 이 곳을 사랑하게 되었는데요. 좋은 것을 함께 누리고자 하나 둘 친구들을 초대하게 되었고, 각 자의 고민과 질문을 안은 이들이 모이게 된 것이 섬띵피스의 시초입니다.
'평화'를 이슈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워크샵을 듣거나 직접 모임을 만들기도 해요.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골똘히 고민해보고 직접 몸 부딪혀 경험해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22년 봄, 7명의 사람들을 시작으로 올해는 [고도, 달해, 산호, 썸머, 여름, 여울, 탄, 해리] 8명의 고유한 색깔을 품은 이들이 한 데 모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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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달해를 제외한 6명의 친구들은 새방밧이라는 곳에서 지내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맛볼 수 있는 숙소이지요. 첫 날 숙소에서 보았던 청명한 하늘과 부드러운 노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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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달해는 마을 친구인 인혜가 머물렀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작은 평화의 집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인혜가 다른 동네로 이사 가게 되면서, 남아 있는 계약기간 3개월을 저희 둘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어둑한 저녁 쯤, 지도 앱을 켜고 이리저리 집을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꺼졌습니다. 가로등이 없어서 도무지 입구가 어디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겨우 챙겨온 보조배터리가 떠올라, 부랴부랴 충전하고 핸드폰을 켰습니다.
대략 우리집이라 생각되는 곳 앞에서 머뭇대며 서성거렸어요. 어떻게 문을 열지? 하며 말이에요. 그러다 조심스레 미닫이 문을 잡고 드르륵 열었는데, 웬걸. 그냥 열리더라고요. 이게 뭐지.
거실 불을 키고 이리저리 둘러본 다음, 인혜에게 전화하여 잘 도착했다 전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집의 열쇠나 문단속 할 수 있는 것을 물어보니 "따로 없어요. 그냥 나올 땐 문 닫고 나오면 되어요. 잘 때 걱정되면 안에서 고리를 잠그면 되고요."
그럼, 도둑이 들지 않느냐고 하니, "이 마을엔 도둑 문화가 없어요. 저도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란 부분 중 하나인데 서로가 서로의 집을 지켜주고 돌봐준답니다. 바로 옆 집에 사는 분들이 집주인 할아버지, 할머니세요. 그 분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실 거에요. 저도 덕분에 안전히 지냈었고요."
참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자라온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지만 알 수 없는 안도감과 다정한 시골의 정감을 마주한 기분이었어요.
아. 나 진짜 제주 온 거 맞나봐. 그제서야 약간은 실감이 나더군요. 서로의 곁이 되어주는 공간에서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풍요로워진 마음을 안고 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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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날이면, 달해와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집 앞 캠핑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 합니다. 도시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맑은 새 소리, 깨끗한 공기와 바람, 햇빛을 온 몸 가득 느끼면서요.
특히, 서울에서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종종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는데, 이 곳에선 숨을 내 쉬고 들이키는 것이 한껏 자연스럽습니다. 날씨 좋은 날엔 집 앞 빨래줄에 이불을 널어볼까 합니다.
집 앞에 있는 작은 화단에는 집 주인 할머니께서 기르시는 양파, 쪽파, 상추들이 곳곳에 심겨있어요. 최근에 양파를 수확하셨더라고요. 할머니와 좀 더 가까워진다면, 함께 텃밭 일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슬쩍 듭니다. (허락하실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생명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다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아요.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지요. 화장실을 쓰려면 애써 집 밖을 나서야 하고, 집주인 분들과 공동으로 사용하기에 잘 신경 써야합니다. 난방이 되지 않고, 제주의 매서운 바람이 불테면 구옥 창문 흔들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는 나날도 더러 있었어요.
그렇기에 번듯함, 깨끗함,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먼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은 그런 불편함을 이기는 다정함과 안온함의 힘으로 제 눈길과 마음을 뺏는 그런 작은 평화의 집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당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지내는 것은 괜찮은지, 식사는 잘 챙겼는지 확인하며 얼굴을 맞대고 정을 나눕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이에요. 이 공간에서 함께 할 나날들이 기대가 됩니다.
(최근 안타까운 소식은 집주인 할아버지께서 넘어지시면서 다리를 다쳐 입원 중에 계셔요. 원래 몸이 좀 불편하신 상황이었는데, 이번 일로 더 악화되거나 큰 일은 아니길 하는 바램이에요. 잘 회복 하실 수 있게 기도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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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에 온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
둘째 날에는 활동가 멸치가 마을투어를 진행해주셨는데요. 다같이 두런 두런 둘러 앉아, 멸치의 말에 귀 기울였습니다. 강정 마을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제주 4.3과 강정의 해군기지 투쟁의 역사 등을 간단히 설명해주셨어요. 이후 마을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쌓인 시간의 수직적 서사에 대해 풀어 말씀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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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뉴스레터를 받은 분들 중에는, 강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혹은 아예 처음 들어봤거나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간단하게 강정 마을에서 일어난 투쟁 역사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첫 뉴스레터에서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제가 왜 강정에 오게 되었는지도 맞물려 있는 부분이라 조금은 길고 진지하지만 한 번 쯤은 시간 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내용 중에 중요한 부분은 이번에 출간된 <돌들의 춤>을 참고했습니다. '강정평화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지킴이 11명을 인터뷰하고 엮은 책이에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왜 강정에 왔으며 어떤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들려주고 있어요. 제가 들려드린 강정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 책을 꼭 사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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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마을이 지금껏 투쟁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해군기지’와 관련이 있는데요.
강정 마을은 제주도 남쪽 서귀포에 위치한 곳으로 볕 잘 드는 풍요로운 곳, 그저 평범한 시골 동네였어요. 450년의 역사를 가진 자연부락으로 물 ‘강’ 물가 ‘정’을 쓸 정도로 물이 풍부한 마을이였지요. 물이 많아 농사가 잘 됐고 서귀포에서 제일 가는 마을이라 하여 일강정이라 부르기도 했어요.
2000년,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첫 논의가 시작됩니다. 처음엔 강정이 아닌 위미와 화순, 두 곳이 후보지역이었으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입지 선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였어요. 그러다 2007년 4월 26일, 강정 마을이 기습적으로 유치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장과 해녀들을 중심으로 87명이 참여한 마을 회의에서 그저 박수로 해군기지 유지신청을 결정하게 된 거죠. 대다수의 주민은 나중에야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하게 됩니다. 강정 주민의 94%가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되고요.
이후, 해군기지 유치 신청을 주도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강동균 마을회장을 선임해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기 위한 지리적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에요. 보통은 ‘만’(바다 등의 큰 물이 육지 쪽으로 굽어 들어온 곳, ‘곶’과는 반대)에 들어서는 것이 일반적이죠. 지리 시간에 배웠던 바로 그 ‘만’ 말입니다.
그 만으로 통하는 입구의 유속은 빠르면 안되고, 수심이 깊고 조수 간만의 차가 적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하지만 강정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 아닙니다. 태풍이 잦고, 풍랑이 심한 곳이에요. 또 강정 바다 자체가 수심이 깊지 않고 얕습니다. 큰 배나 선박이 들어오기 좋은 만의 형태가 아니에요. 오히려 구럼비 땅이 있던 곳은 툭 튀어나온 곳이었어요.
이 외에도 기지가 들어서기에 불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강정에 지어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자본을 가진 막강한 힘과 정치 배후 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발의 목적은 돈이었죠.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누군가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철저한 자본 논리에 의해 감행된 이유가 있던 것입니다.
이에 주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평화의 섬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이나 일상의 파괴에 대해 굴복하거나 무관심하지 않았던 거죠.
저항하고 투쟁하며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온 몸과 삶을 던져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2011년부터는 이 소식을 들은 전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마을로 삼삼오오 모이게 되어요. 이렇게 함께 연대하기 위해 온 육지 사람들을 ‘강정 지킴이‘라 불러요.
그러던 중 2012년에 제주 해군은 큰 기지를 세우기 위해 넓고 평평한 바위로 이뤄진 땅, 구럼비(강정마을 해안 전체를 이루고 있던 길이 1.2km, 너비 250m의 부드럽고 거대한 너럭바위)를 매립해 다이너마이트로 발파하게 되죠.
한라산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구럼비는 바위틈으로 용천수가 흐르고 바다가 맞닿아 있어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곳이였어요. 맹꽁이, 제주새뱅이,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 종이 다양하게 서식하던 곳이기도 하고요.
구럼비 발파가 일어나던 그 때, 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서 있던 위치에서 큰 진동 울림과 함께 생명, 평화의 파괴의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국가는 끊임없이 높은 펜스를 세우고 공권력을 투입해 주민들을 막고 강제로 끌어 내고 연행, 구속, 고착하며 지속적인 국가폭력을 자행했습니다.
2016년. 결국 해군기지가 완공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인 지금까지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된 이유도 있어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을 하는 그들 곁에 서고 싶어서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드실 거에요. "그럼 이제 다 끝난거 아냐? 다 끝난 싸움을 왜 아직도 해?" 네. 부끄럽지만, 저도 이런 생각을 했었더랬죠. 실제 2016년 당시에도 반대 운동을 하던 단체, 개인들도 완공이 되자 떠난 이들이 많다고 해요.
그럼에도 남아있는 이들이 여전히 이 문제를 끌어안고 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쉬운 답변을 내놓고 싶지 않아요. 또한 각 자의 지킴이들마다 생각하는 다양한 답변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강정에서 보내는 마지막 뉴스레터에서, 이곳에서 지내며 바라본 지킴이들의 삶과 저의 경험을 통해 정리된 답변을 함께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끝으로, 멸치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강정에 온다는 것은 이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이에요. 강정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마을이지만, 또 어디에도 없을 마을입니다. 지금껏 군사기지가 들어선 지역은 많아요. 그럼에도 이 마을이 알려지고 특별한 곳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에게 대들었고, 치열히 싸웠고, 끝까지 질문했던 마을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투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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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무엇일까
여러분은 평화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투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강정에 사는 이들에게 평화란 무엇일까요?
멸치는 이렇게 정의하더군요. "옛 시절을 생각해보면 나라를 평안히 다스리는 왕들은 백성들이 자주 호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시대 왕이, 대통령이 문제가 많고 잘 통치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그 이름을 불러대죠. 평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평화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설명하긴 어려워도 평화가 깨지면, 평화롭지 않은 상태가 되면 우리는 직감적으로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이 마을은 곳곳에 깨져버린 평화가 너무 많기 때문에 평화로 이름 붙여진 게 많아요."
그리고 4월 3일, 마을 카페 공간에서 주민들이 한 데 모여 제주 4.3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날을 기억하며 부르는 공식 추모곡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함께 불렀는데요.
제목 그대로 아직 이 섬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음을. 그럼에도 전쟁과 학살, 국가폭력에 대해 그저 무력해지기만 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금 희망찬 세월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노래로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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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주 4.3 당사자이면서, 현재는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선녀 공소회장님께서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눠주셨는데요. 어떤 이가 강정마을에 경찰 조끼를 입고와서 나타났다가, 이 평화의 현장을 보고는 그 다음 날 조끼를 펼쳐 바느질로 [칼을 쳐서 보습으로]를 새겨왔다는 일화를 들려주셨어요.
네.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기독교 성서 말씀의 한 부분이지요.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나라와 나라가 칼을 들고 서로를 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다."(이사야 2:4, 새번역)
*보습이란, 땅을 파고 갈거나 뒤엎는데 쓰는 농기구를 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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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회장님은 그 바느질 된 천을 보여주시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평화가 아니겠냐라고 말씀하셨어요. 칼과 창은 생명을 죽이고 파괴하는 도구이지만, 반대로 보습과 낫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임을. 농사 행위가 가지는 직접적인 생명 평화의 운동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평온함과 함께 굳세고 단단함이 뒤섞인 그의 얼굴에서 이미 저는 평화를 발견한 듯 했습니다.
"나한테 농사는 비폭력행동 중 한 방법이었어요. 생산적이면서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마늘을 다듬고, 들깨를 털고, 국화꽃을 따고 땅콩을 까고 바느질했어요. 시위도 농사도 내 삶의 일부예요. 땅콩 짓고 마늘을 심으면서 '생명과 평화는 사람이 스스로 키워나가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땅으로부터 배웠어요."(<돌들의 춤>, p33)
"지금 나는 행복해요.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흙과 물 그리고 햇빛만 있으면 살 수가 있어요. 강정에 온 사람들은 돈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에요. 이 땅위에 서서 모멸감을 받으면서도 왜 이 일을 하고 있냐면 순수한 이상과 가치에 대한 희망 때문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곳에 있어요. 나는 꿈을 꿔요. 구럼비 속에 죽어가는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게 되는 꿈을요."(<돌들의 춤>, p39)
알뜨르 비행장에서 일본 제국이 물러난 것 처럼. 제주 4.3의 진실의 촛불이 밝혀지는 것처럼. 제주 해군기지 역시도 이 자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 있다면, 언젠가는 끝이 날 것임을 확신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그를 보며 제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조금은 긍정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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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짐풀었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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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엠티가면 무조건 하고 싶은 협력 게임. 힘 주지 않고 종이막대를 바닥으로 내리는 건데 은근 어렵다. |
호수 정주가 진행한 평화 워크샵은
뭐든 다 의미있고 재미있었다. 재수강 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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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강정특강. 송의 열정에 내적 박수 엄청 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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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미세먼지가 왕 심한 날에도
우린 간다. 해군기지 정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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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와서 맛있는 제주 막걸리 찾는 게 쏠쏠한 취미.
지금까지 두 개 발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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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귀하다는 제주 고사리 발견.
한번 고사리 발견하면 계속 고사리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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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실은 하고 싶은 말, 담고 싶은 순간들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글로서 다듬고 정리하는 작업이 제게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꽤 진지한 분위기보다는 유쾌하고 재밌게 제 일상과 함께 강정 이슈를 잘 전달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전 글보다는 말이 편한 사람이라 여러 고민이 드는 첫 뉴스레터네요. ㅎㅎ 우선 주 1회 발송보다는 격주로 진행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글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횟수를 늘려보도록 할게요.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시간과 마음이 난다면, 간단하게 답변이나 피드백 남겨주셔도 좋아요. 잘 곱씹으면서 앞으로의 방향과 속도를 고민해볼게요! 오늘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2023년 4월 13일, 첫 편지에 설레는
썸머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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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주, 목요일에 발송입니다. 다음 발송일은 4월 26일 목요일이에요.
- 읽으신 후 답장을 보내주신다면, 반갑게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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